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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용재언 댓글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5-24 22:1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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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지만 내 기분은 어둡고 착잡하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다. 2024년 12월은 잔혹했다. 난생처음 계엄령의 밤이 지나갔고, 연말에는 제주항공 참사의 충격으로 세밑이 캄캄하기만 했다. 일상이 뒤틀릴 때 나는 최대한 나무 가까이 다가가 나무에 기댄다. 나무가 어떤 해소법이라도 가르쳐주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멀리서 봐야 더 멋진 ‘먹낭’
전남 무안이 멀지 않은 바닷가 마을에서 몇 해 전 이맘때 만났던 먼나무를 생각한다. 초록색 잎에 새빨간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린 한겨울의 먼나무는 참 밝다. 시선을 기업은행전문직대출 확 끈다. 먼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먼나무는 제주도와 보길도에서 자연적으로 자란다. 그 외 남부지방에서는 사람들이 일부러 심어 기른다. 중국과 일본의 따뜻한 남부지방에도 먼나무는 산다.
어떤 면에서 제주는 먼나무의 고장 같기도 하다. 숲속에서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먼나무도 많고 사람이 가로수로 심어 기르는 먼나무도 많다. 여성창업지원금 그렇다보니 제주에서 진행하는 숲 해설 프로그램에 먼나무 이름 석 자가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숲 해설사 선생님이 먼나무를 가리키며 운을 뗀다. “이 나무가 뭔 나문지 아십니까?” 밭게 한 번 더 묻는다. “이 나무는 ‘먼나무’일까요?”
초록색 잎에 새빨간 북한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린 한겨울의 먼나무. 일러스트레이션 차지우
제주 사람들이 ‘먹낭’이라 부르던 게 먼나무가 됐다고 한다. 새잎이 달리는 어린 가지가 검어서 그렇단다. 같은 뜻에서 일본에서는 흑철(黑鉄)을 뜻하는 구로가네모치라고 부른다. 나무가 너무 멋지다고 먼나무, 멀리서 봐야 더 멋있다고 먼나무 솔로몬캐피탈 라고 부른다는 저마다의 해석도 있다. 나는 상상한다. 먼 산이나 먼바다처럼 아득한 시선이 가닿는 어떤 곳을 비유적으로 말하고 싶어서 먼나무라고 한 건 아닐까, 하고. 그 단어의 근원적인 형태가 무엇이든, 어쨌거나 먼나무는 먼나무다.
한번은 먼나무가 해운대에 가로수로 많이 식재된 풍경을 보고 좀 낯선 적이 있었다. 먼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건 내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 서류 제주도나 전라남도 일부 고장에 한정돼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내 생각이 짧았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난대성 식물이 자꾸만 북쪽으로 영역을 넓히는 추세 아니던가. 부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대구에서도 먼나무를 가로수로 심는다.
먼나무의 친척, 감탕나무에서 나온 마테차
먼나무는 같은 혈통의 자매 식물인 감탕나무와 무척 닮았다. 먼나무는 감탕나무에 견줘 잎 가장자리의 톱니가 적고 잎자루는 더 길다. 먼나무 꽃은 햇가지에서 피고 감탕나무 꽃은 전년 가지에서 핀다. 감탕나무는 제주도와 울릉도와 남해안 바닷가 마을까지 먼나무보다 더 넓게 저절로 산다. 국외에서는 중국 저장성과 일본 혼슈 남부와 대만에 있다.
감탕나무에는 왜 감탕이란 이름이 붙은 걸까? 감탕의 사전적 의미는 첫째, “아교풀과 송진을 끓여서 만든 접착제”(새를 잡거나 나무를 붙이는 데 쓴다), 둘째, “갯가나 냇가 따위에 깔려 있는, 몹시 질어서 질퍽질퍽한 진흙”이다. 그 두 뜻 모두가 감탕나무에 해당하는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은 감탕나무 껍질을 벗겨 끈적끈적한 감탕을 얻었고, 감탕나무 수피는 빛깔이 어둡고 차진 진흙과 비슷한 색이다.
감탕나무와 먼나무와 그 혈통의 여러 나무가 모여 감탕나무속(Ilex·일렉스)이라는 가계를 이룬다. 560여 종이 전세계에 퍼져 산다. 감탕나무속 식물은 대체로 약성이 있어서 치유의 식물로 통한다. 특히 잎에 약효가 많은 편인데 상록수라서 연중 약이 되는 신선한 잎을 달고 있다. 그중 파라과이감탕나무(Ilex paraguariensis)의 잎을 수확해서 말리고 덖은 게 마테차다.
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세 나라 국경이 접한 곳에 살던 과라니족은 전통적으로 마테차를 마셨다. 마테차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땅에 정착한 최초의 유럽인은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을 1537년에 건설하면서다. 그 후 스페인은 파라과이 통치권을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에 맡겼다. 예수회 사제들에 의해 마테차 문화는 빠르게 확산했다. 재배가 어려워 야생에서만 얻어야 했던 파라과이감탕나무는 17세기 중반 대량으로 심어 가꾸는 게 가능해졌다. 사탕수수와 담배를 제치고 마테차는 과라니 지역의 주요 수출품이 됐다. 파라과이 전쟁을 겪으며 마테차의 주산지는 파라과이에서 브라질로 넘어갔고 지금은 아르헨티나가 최대 산지로 도약했다. 보통 4년 이상 자란 나무에서 잎을 수확하기 시작해서 100년 된 나무에서도 찻잎을 얻는다고 들었다.
크리스마스의 상징, 호랑가시나무
감탕나무속 식물 중 우리에게 비교적 그 이미지가 익숙한 나무는 호랑가시나무다. 얼마 전 나는 한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았다. 초록의 뾰족한 잎과 붉은 열매가 강렬한 호랑가시나무가 그려진 테이블 매트 위에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식탁에 앉자 함께 초대받은 지인이 성탄절도 다 지났는데 늦게 전한다며 크리스마스카드를 내게 건넸다. 호랑가시나무에 황금색 방울이 매달린 그림이 그려진 카드였다. 고마움을 표하며 나는 말했다. 식탁도 카드도 온통 호랑가시나무네요. 다시 크리스마스가 온 것 같아요.
마주 앉은 카드를 건넨 지인이 나무 이야기를 더 해달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서 말을 이었다. 서양에서는 유럽호랑가시나무와 그 자매 식물들을 아울러 ‘홀리’(Holly)라고 불러요. 홀리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의 상징과도 같은 나무예요. 열매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딱 맞춰 붉게 빛나잖아요. 그리스도교 문화에서는 예로부터 이 나무의 외형에서 어떤 상징성을 발견했나봐요. 잎의 날카로움은 예수가 쓴 가시관을 떠올리게 하고, 붉은 열매는 구원을 위해 흘린 피를 상기시키며, 불꽃이 타는 듯한 모양의 뾰족한 잎은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거든요.
그럼 홀리가 우리나라에는 없나요? 나를 초대한 지인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호랑가시나무 열매. 김진석 한반도식물다양성연구소.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일부 지역에 호랑가시나무가 살아요. 유럽호랑가시나무와 자매 식물이죠. 잎이 가시처럼 뾰족한 것이 호랑이 발톱 같아서 호랑가시나무라 불리기도 하고, 호랑이가 등이 가려우면 그 나무에 가서 등을 비볐다고 호랑이(등긁는)가시나무라고도 불려요. 남부지방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액운을 막기 위해 음력 2월1일 호랑가시나무 가지를 꺾어 물고기와 같이 문 앞에 거는 풍습도 있었다고 하네요.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가 자연적으로 교배해 태어난 완도호랑가시나무도 있고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호랑가시나무가 사는 곳은 두 군데예요. 전북 부안군 변산면 호랑가시나무 군락지는 일찍이 1968년에, 전남 나주시 상방리 호랑가시나무는 단 한 그루가 200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충남 태안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에 가보라고도 덧붙였다. 그 수목원에 가면 우리 호랑가시나무와 심어 기르는 유럽호랑가시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홀리 품종을 크리스마스 종합선물세트처럼 만날 수 있다.
겨울에 노루와 같은 사슴과 동물은 호랑가시나무잎을 먹는다. 초록 잎이 사라지는 계절에도 푸른 잎을 달고 있으니 동면에 들지 않고 활동하는 초식동물들에게 얼마나 고마운 나무인지. 그런데 가시처럼 뾰족한 그 잎을 노루가 어떻게 서걱서걱 씹어 먹나 싶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 나무에 날카로운 잎만 있는 것은 아니다. 뾰족한 잎과 덜 뾰족한 잎과 하나도 안 뾰족한 잎이 다 섞여 있다.
사실 그건 호랑가시나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안한 전략이다. 노루가 자주 먹는 위치에 달린 호랑가시나무잎은 먹힌 뒤 다시 나올 때 날카로운 가시처럼 뾰족하게 변한다고 한다. 반대로 그런 위협에 놓이지 않은 잎일수록 날이 선 톱니를 만들지 않는다. 역사가 깊은 ‘린네 학회 식물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그렇다. 그러니까 호랑가시나무는 경험을 기억했다가 스스로 방어하는 능력을 발휘할 줄 안다는 것. 그 비밀은 디엔에이(DNA) 서열의 변화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후성유전적 변화-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대사물질인 ‘메틸기'가 달라붙는 현상-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행성의 생명체는 유전적 결정론보다 사건과 사고를 경험하며 단련되는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투하는 것 같다. “내가 갖고 태어난 유전자는 결코 내 이야기의 전부가 될 수 없다. (…) 우리는 모두 자신이 발달하는 동안 속해 있는 맥락에서 심층적인 영향을 받으며,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발달 및 인지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무어는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에서 말한다.
감탕나무. 김진석 한반도식물다양성연구소
격변과 참사를 겪은 우리도 더 굳세질까
몇 해 전 전라남도가 이달의 가로수로 선정한 1월의 나무는 먼나무다. 지금 먼나무는 자신이 맺은 열매를 품은 채 꼿꼿이 서 있다. 추위에 맞서는 중이다. 정치적인 격변, 뜻하지 않은 참사, 전쟁과 기후 문제 따위가 그렇다면 우리를 굳세게 만드는 과정인 걸까.
겨울을 통과하며 먼나무는 열매를 더욱 붉게 만들 것이다. 열매 속 씨앗은 더욱 여물 것이다. 어느 한때 그 굳은 붉음을 뚝뚝 먼나무는 울음처럼 떨굴 것이다. 땅 위에 내려앉은 씨앗은 차차 발아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앞에는 봄이 당도할 것이다. 머지않아 그럴 것이다.
허태임 식물분류학자·‘나의 초록목록’ 저자
※연재 소개: 식물학자가 산과 들에서 식물을 통해 보고 듣고 받아 적은 익숙하지만 정작 제대로 몰랐던 우리 식물 이야기.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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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봐야 더 멋진 ‘먹낭’
전남 무안이 멀지 않은 바닷가 마을에서 몇 해 전 이맘때 만났던 먼나무를 생각한다. 초록색 잎에 새빨간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린 한겨울의 먼나무는 참 밝다. 시선을 기업은행전문직대출 확 끈다. 먼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먼나무는 제주도와 보길도에서 자연적으로 자란다. 그 외 남부지방에서는 사람들이 일부러 심어 기른다. 중국과 일본의 따뜻한 남부지방에도 먼나무는 산다.
어떤 면에서 제주는 먼나무의 고장 같기도 하다. 숲속에서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먼나무도 많고 사람이 가로수로 심어 기르는 먼나무도 많다. 여성창업지원금 그렇다보니 제주에서 진행하는 숲 해설 프로그램에 먼나무 이름 석 자가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숲 해설사 선생님이 먼나무를 가리키며 운을 뗀다. “이 나무가 뭔 나문지 아십니까?” 밭게 한 번 더 묻는다. “이 나무는 ‘먼나무’일까요?”
초록색 잎에 새빨간 북한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린 한겨울의 먼나무. 일러스트레이션 차지우
제주 사람들이 ‘먹낭’이라 부르던 게 먼나무가 됐다고 한다. 새잎이 달리는 어린 가지가 검어서 그렇단다. 같은 뜻에서 일본에서는 흑철(黑鉄)을 뜻하는 구로가네모치라고 부른다. 나무가 너무 멋지다고 먼나무, 멀리서 봐야 더 멋있다고 먼나무 솔로몬캐피탈 라고 부른다는 저마다의 해석도 있다. 나는 상상한다. 먼 산이나 먼바다처럼 아득한 시선이 가닿는 어떤 곳을 비유적으로 말하고 싶어서 먼나무라고 한 건 아닐까, 하고. 그 단어의 근원적인 형태가 무엇이든, 어쨌거나 먼나무는 먼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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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무의 친척, 감탕나무에서 나온 마테차
먼나무는 같은 혈통의 자매 식물인 감탕나무와 무척 닮았다. 먼나무는 감탕나무에 견줘 잎 가장자리의 톱니가 적고 잎자루는 더 길다. 먼나무 꽃은 햇가지에서 피고 감탕나무 꽃은 전년 가지에서 핀다. 감탕나무는 제주도와 울릉도와 남해안 바닷가 마을까지 먼나무보다 더 넓게 저절로 산다. 국외에서는 중국 저장성과 일본 혼슈 남부와 대만에 있다.
감탕나무에는 왜 감탕이란 이름이 붙은 걸까? 감탕의 사전적 의미는 첫째, “아교풀과 송진을 끓여서 만든 접착제”(새를 잡거나 나무를 붙이는 데 쓴다), 둘째, “갯가나 냇가 따위에 깔려 있는, 몹시 질어서 질퍽질퍽한 진흙”이다. 그 두 뜻 모두가 감탕나무에 해당하는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은 감탕나무 껍질을 벗겨 끈적끈적한 감탕을 얻었고, 감탕나무 수피는 빛깔이 어둡고 차진 진흙과 비슷한 색이다.
감탕나무와 먼나무와 그 혈통의 여러 나무가 모여 감탕나무속(Ilex·일렉스)이라는 가계를 이룬다. 560여 종이 전세계에 퍼져 산다. 감탕나무속 식물은 대체로 약성이 있어서 치유의 식물로 통한다. 특히 잎에 약효가 많은 편인데 상록수라서 연중 약이 되는 신선한 잎을 달고 있다. 그중 파라과이감탕나무(Ilex paraguariensis)의 잎을 수확해서 말리고 덖은 게 마테차다.
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세 나라 국경이 접한 곳에 살던 과라니족은 전통적으로 마테차를 마셨다. 마테차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땅에 정착한 최초의 유럽인은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을 1537년에 건설하면서다. 그 후 스페인은 파라과이 통치권을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에 맡겼다. 예수회 사제들에 의해 마테차 문화는 빠르게 확산했다. 재배가 어려워 야생에서만 얻어야 했던 파라과이감탕나무는 17세기 중반 대량으로 심어 가꾸는 게 가능해졌다. 사탕수수와 담배를 제치고 마테차는 과라니 지역의 주요 수출품이 됐다. 파라과이 전쟁을 겪으며 마테차의 주산지는 파라과이에서 브라질로 넘어갔고 지금은 아르헨티나가 최대 산지로 도약했다. 보통 4년 이상 자란 나무에서 잎을 수확하기 시작해서 100년 된 나무에서도 찻잎을 얻는다고 들었다.
크리스마스의 상징, 호랑가시나무
감탕나무속 식물 중 우리에게 비교적 그 이미지가 익숙한 나무는 호랑가시나무다. 얼마 전 나는 한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았다. 초록의 뾰족한 잎과 붉은 열매가 강렬한 호랑가시나무가 그려진 테이블 매트 위에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식탁에 앉자 함께 초대받은 지인이 성탄절도 다 지났는데 늦게 전한다며 크리스마스카드를 내게 건넸다. 호랑가시나무에 황금색 방울이 매달린 그림이 그려진 카드였다. 고마움을 표하며 나는 말했다. 식탁도 카드도 온통 호랑가시나무네요. 다시 크리스마스가 온 것 같아요.
마주 앉은 카드를 건넨 지인이 나무 이야기를 더 해달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서 말을 이었다. 서양에서는 유럽호랑가시나무와 그 자매 식물들을 아울러 ‘홀리’(Holly)라고 불러요. 홀리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의 상징과도 같은 나무예요. 열매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딱 맞춰 붉게 빛나잖아요. 그리스도교 문화에서는 예로부터 이 나무의 외형에서 어떤 상징성을 발견했나봐요. 잎의 날카로움은 예수가 쓴 가시관을 떠올리게 하고, 붉은 열매는 구원을 위해 흘린 피를 상기시키며, 불꽃이 타는 듯한 모양의 뾰족한 잎은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거든요.
그럼 홀리가 우리나라에는 없나요? 나를 초대한 지인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호랑가시나무 열매. 김진석 한반도식물다양성연구소.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일부 지역에 호랑가시나무가 살아요. 유럽호랑가시나무와 자매 식물이죠. 잎이 가시처럼 뾰족한 것이 호랑이 발톱 같아서 호랑가시나무라 불리기도 하고, 호랑이가 등이 가려우면 그 나무에 가서 등을 비볐다고 호랑이(등긁는)가시나무라고도 불려요. 남부지방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액운을 막기 위해 음력 2월1일 호랑가시나무 가지를 꺾어 물고기와 같이 문 앞에 거는 풍습도 있었다고 하네요.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가 자연적으로 교배해 태어난 완도호랑가시나무도 있고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호랑가시나무가 사는 곳은 두 군데예요. 전북 부안군 변산면 호랑가시나무 군락지는 일찍이 1968년에, 전남 나주시 상방리 호랑가시나무는 단 한 그루가 200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충남 태안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에 가보라고도 덧붙였다. 그 수목원에 가면 우리 호랑가시나무와 심어 기르는 유럽호랑가시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홀리 품종을 크리스마스 종합선물세트처럼 만날 수 있다.
겨울에 노루와 같은 사슴과 동물은 호랑가시나무잎을 먹는다. 초록 잎이 사라지는 계절에도 푸른 잎을 달고 있으니 동면에 들지 않고 활동하는 초식동물들에게 얼마나 고마운 나무인지. 그런데 가시처럼 뾰족한 그 잎을 노루가 어떻게 서걱서걱 씹어 먹나 싶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 나무에 날카로운 잎만 있는 것은 아니다. 뾰족한 잎과 덜 뾰족한 잎과 하나도 안 뾰족한 잎이 다 섞여 있다.
사실 그건 호랑가시나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안한 전략이다. 노루가 자주 먹는 위치에 달린 호랑가시나무잎은 먹힌 뒤 다시 나올 때 날카로운 가시처럼 뾰족하게 변한다고 한다. 반대로 그런 위협에 놓이지 않은 잎일수록 날이 선 톱니를 만들지 않는다. 역사가 깊은 ‘린네 학회 식물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그렇다. 그러니까 호랑가시나무는 경험을 기억했다가 스스로 방어하는 능력을 발휘할 줄 안다는 것. 그 비밀은 디엔에이(DNA) 서열의 변화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후성유전적 변화-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대사물질인 ‘메틸기'가 달라붙는 현상-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행성의 생명체는 유전적 결정론보다 사건과 사고를 경험하며 단련되는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투하는 것 같다. “내가 갖고 태어난 유전자는 결코 내 이야기의 전부가 될 수 없다. (…) 우리는 모두 자신이 발달하는 동안 속해 있는 맥락에서 심층적인 영향을 받으며,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발달 및 인지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무어는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에서 말한다.
감탕나무. 김진석 한반도식물다양성연구소
격변과 참사를 겪은 우리도 더 굳세질까
몇 해 전 전라남도가 이달의 가로수로 선정한 1월의 나무는 먼나무다. 지금 먼나무는 자신이 맺은 열매를 품은 채 꼿꼿이 서 있다. 추위에 맞서는 중이다. 정치적인 격변, 뜻하지 않은 참사, 전쟁과 기후 문제 따위가 그렇다면 우리를 굳세게 만드는 과정인 걸까.
겨울을 통과하며 먼나무는 열매를 더욱 붉게 만들 것이다. 열매 속 씨앗은 더욱 여물 것이다. 어느 한때 그 굳은 붉음을 뚝뚝 먼나무는 울음처럼 떨굴 것이다. 땅 위에 내려앉은 씨앗은 차차 발아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앞에는 봄이 당도할 것이다. 머지않아 그럴 것이다.
허태임 식물분류학자·‘나의 초록목록’ 저자
※연재 소개: 식물학자가 산과 들에서 식물을 통해 보고 듣고 받아 적은 익숙하지만 정작 제대로 몰랐던 우리 식물 이야기.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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