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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11시쯤 전북 군산시 옥서면 남수라마을 인근. 남수당경로당 골목길로 300m쯤 들어가니 새만금방조제로 막힌 ‘수라갯벌’이 나왔다.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인 이곳은 남수라마을 인근 갯벌과 연안 습지를 통칭해 ‘수라갯벌’이라 부른다. 방조제 건설 후 땅과 물이 만나는 ‘물끝선’이 밀려나면서 원래 갯벌이던 곳이 염습지가 됐다.
마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건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였다. 마을로 연결된 도로에는 드문드문 떼까마귀가 보였다. 가끔 군산공 모델 한지우 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여객기 소음을 제외하면 까마귀들의 소리만 맴돌았다.
수라갯벌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강문선씨(68)는 “이곳에서 오래 살다 보니 공항에 대해 무덤덤하지만, 소음 때문에 살기 힘들다”면서 “보상금도 필요 없고 조용히 살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가 사는 남수라마을은 새만금신공항 부지와 군산공항 아파트담보추가대출 사이에 끼어 그렇지 않아도 군산공항 항공기 소음 피해가 크다.
올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인 새만금신공항은 군산공항보다도 1.4㎞나 더 바다에 가깝다. 이 때문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한 불안감도 더 클 수밖에 없다. 군산 옥서면 새만금국제공항 예정지는 7~8 노인교통비지급 ㎞ 이내에 국내 최대 도요새 서식지가 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천갯벌도 있다. 거대한 새만금호와 갯벌은 그 자체로 조류의 서식처이자 철새 이동통로인 셈이다.
2021년 10월에는 공항 예정지 상공에서 미 공군 전투기가 새들에 둘러싸여 비행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당시 ‘흰발농게’ 생태를 조사하던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단장은 단독주택 담보대출 F16 전투기와 민물가마우지가 충돌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오 단장은 “매년 2만마리에 가까운 민물가마우지 떼와 검은머리흰죽지 8만여마리가 수라갯벌 주변에 집단 서식을 하며 항공기와 부딪히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제주항공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충돌 위험을 묵인하고 건설하려는 국 중진공 토교통부의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용역 보고서에서도 ‘환경과 안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교통연구원과 국토연구원 등은 지난해 국토부에 제출한 ‘새만금 SOC 사업 적정성 검토 연구’ 최종 보고서에서 “공항 건설·운영 시 철새도래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환경과 안전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공항 부지 13㎞ 내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는 10.45~45.92회로 추산됐다. 이는 보고서 작성 당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한 인천(2.99회)보다 최대 15.3배 많다. 조류 충돌 사고의 경우 90% 이상이 공항 반경 13㎞ 내에서 발생한다.
전북도는 조류 출현이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줄 만한 요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권민호 전북도 도로공항철도과장은 “새만금신공항 주변에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지만, 항공기 운항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안전한 공항을 위해 조류 충돌 예방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반면 시민사회·환경단체는 토건 자본만 배 불리는 새만금국제공항은 백지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북지역 49개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의 김지은 공동집행위원장은 “공항 예정지 5분 거리에 이미 군산공항이 운영 중인 데다가 입지, 규모, 수요, 물류 등 아무리 따져봐도 지역 균형발전은커녕 지역경제에 부담만 가중할 뿐”이라면서 “미 공군의 제2활주로 증설에 불과한 새만금신공항을 무조건 지어야 한다는 맹목적인 공항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