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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제조업의 ‘추격자’였던 중국은 이제 무인기·로봇·인공지능(AI) 등 영역을 선도하고 있다. 빠른 성장은 중국 산업과 환경이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결과다. 그 근간에는 ‘축적’이 있다. 첨단 제조업의 도약을 위한 중국의 산업 전략인 ‘중국 제조 2025’가 등장한 10년 전 이정동 서울대 교수(공학전문대학원)는 중국이 ‘광대한 영토’를 무기로 제조업 발전을 일구고 있다고 짚었다. 이제 중국은 축적의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산업 공간, 실패, 인재의 축적을 통해 첨단 산업의 역량을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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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수직 이착륙 비행기(eVTOL)는 이제 태어난 지 불과 10년 남짓 된 산업이에요. 이제 앞으로 최소 50년, 길게는 100년간 인류 교통의 새로운 축이 될 겁니다. 일찍 시작한 만큼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며, 그 과실을 가장 먼저 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허톈싱 이항 부사장)
지난 2일 중국 광둥성 희망적금 광저우시 황푸구 ‘이항미래성’의 이착륙장. 가로세로 약 50m 정사각형 이착륙장엔 작은 기체 한 대가 정차해 있었다. 비행기도, 헬기도 아니다. 중국의 전기 수직 이착륙 비행기 전문 제조 기업 이항이 만든 ‘EH216-S’이다. 길이 6.05m, 너비 5.73m, 높이 1.93m에, 성인 2명이 탈 수 있는 좌석을 마련한 이 비행체에는 프로펠러 16개가 새희망홀씨대출 이자 달려 있다. 조종석은 없다. 캡슐형 탑승체에는 좌석과 함께 배터리 충전, 비행경로와 기울기 등을 표시하는 1대의 모니터만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내부 공간은 가로 1m 안팎으로 다소 비좁은 듯 느껴졌지만, 좌석 앞 공간은 충분한 편이었다. 이날 기자는 EH216-S에 직접 탑승해 시험비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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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는 만질 필요가 없습니다. 비상 상황에 이 버튼을 누르면 관제센터와 연결됩니다. 좌석 아래에는 소화기가 있습니다.” 시험비행장의 운영 요원은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탑승체의 문을 닫았다. 이항은 EH216-S를 비롯해 자체 개발 상품의 시험 우체국 적금 이율 비행을 6만6천번 마쳤다고 했다. 안전을 강조하지만, 헬리콥터 등을 타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동승하지 않는 환경에 놓이자 긴장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기체 경량화를 위해 객실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기구가 없어, 35도까지 솟은 광저우의 열기는 그대로 전해졌다. 16개의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하자 소음이 귓전을 때렸다. 발을 놓은 좌석 전면의 진동도 상당히 심하게 느껴졌다. 스마트워치는 기체 상승 때 기자의 심박수가 50 이상 급상승했다고 기록했다. 기체는 약 1분 만에 부드럽게 약 100m의 시험비행 고도에 올랐다. 이후 3분 정도 이착륙장 인근 황푸항 주변을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았다.



지난 2일 시험비행 중인 이항의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EH216-S. 광저우/이정연 특파원





다행스럽게도 시험비행을 하는 동안 기체의 움직임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소음을 막는 헤드셋을 쓰자 긴장감도 한껏 누그러졌다. 상승·하강 때를 제외하고 약 2분간 비행기를 타고 석양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항구와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다. 2번의 방향 전환을 할 때 기체가 기울었지만, 완만한 기울기로 천천히 선회했다. 좌석 전면은 투명한 재질이 쓰여 발 바로 아래 풍경을 온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항은 최근 중국과 국외 여행지에서 여러 차례 시험비행을 진행하고 있다. 더 멋진 자연 경관을 누리기 위해 지금은 많은 비용을 내고 경비행기나 헬리콥터를 타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지만, 현실적인 가격이 책정된다면 EH216-S를 기꺼이 타려는 사람들이 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항은 앞으로 택시를 타듯 스마트폰 앱으로 도심 상공에서 개인용 비행체를 불러 타고 목적지에 닿을 수 있는 ‘도심항공교통’(UAM)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2014년 창업한 개인용 비행체 스타트업인 이항은 세계 최고의 개인용 비행체 제조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 1인승 자율주행 드론 택시인 EH184의 첫선을 보였고, 2018년 EH216-S를 공개했다. 2시간 배터리를 충전하면 최대 정상 비행 속도인 시속 90㎞로 30㎞ 이내 거리를 25분 정도 비행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시속 130㎞, 최대 이송 가능 중량은 620㎏이다.
각종 인허가 취득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항은 지난 3월 중국민용항공국(CAAC)으로부터 자율 여객 드론에 대한 운항인증서(OC)를 발급받으면서, 세계 최초로 상업 운항이 가능해졌다. 앞서 이항은 지난해까지 기체 제조 요건과 관련된 자격 취득도 완료했다. 허톈싱 부사장은 “우리 항공기는 형식 인증부터 감항·생산·운영 인증까지 세계 최초로 네 단계를 모두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이를 두고 “도로 교통으로 치면 자동차가 형식·안전검사를 마치고 정식 번호판을 받는 단계에 해당한다”고 빗댔다.
이항은 중국 안에서만 10여개 도시에 20여곳의 상업 비행 운영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허 부사장은 “첫번째 단계에선 주로 도심 관광, 체험 비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타보고, 무인 항공기가 안전하다는 걸 실제로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3~5년 뒤에는 본격적인 도심 통근용 전기 수직 이착륙기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항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하늘길을 열고 있다. 중국은 광활한 땅에 그치지 않고, 그 하늘을 새로운 산업 공간으로 삼고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중국은 1000m 이하 운행이 가능한 민간 드론과 전기 수직 이착륙기 등을 중심으로 한 저공경제(低空經濟)를 새로운 국가 전략산업으로 삼았다. 중국 국무원은 2021년 ‘국가 종합 3차원 교통망 계획’에 저공경제를 처음 명시하고, 이후 중국민항국은 여러 행정지침 등을 통해 드론이나 수직 이착륙기 제조와 운항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저공경제의 가치 생산 분야는 물류, 저공 항공 관광, 도심항공교통 등을 포함한다.
중국 경제일보가 중국저공(저고도)경제연합과 공동으로 발표한 ‘2025 산업백서’를 보면, 2023년 중국 저공경제 산업 규모는 5060억위안(약 98조원)에서 올해 1조2천억위안(약 24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저공경제의 3대 축인 무인기(드론), 전기 수직 이착륙기, 저공 서비스 플랫폼이 모두 두자릿수 이상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열린 ‘제2회 글로벌 저고도경제 포럼’에서 중국저공경제연합 뤄쥔 회장은 “기존 소비자용 드론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으며, 산업은 대형·중형·기능성 무인기로 확장돼 분야별 가치만도 수천억위안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3~5년 안에 영공이 전면 개방되면 도농을 막론하고 본격적으로 저공경제가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포럼에서 발표된 ‘저고도 경제 발전 추세 보고서’는 전기 수직 이착륙기가 “저고도 경제의 산물로 주로 200~300㎞ 반경 내 지점 간 및 종단 간 비행 수요를 해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첨단 기술·제조의 추격자 위치였던 중국은 이제 표준을 만들어 가고 있다. 허톈싱 부사장은 “과거에 전혀 없던 무인 조종 항공기를 만드는 것은 참고할 표준 자체가 없기 때문에 매번 도전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3~5년 정도 중국민항국과 방대한 조율과 검증을 반복해 마침내 전기 수직 이착륙기의 상업 운항 표준을 만들었다”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의견을 수용해 국제 기준을 설정했고, 그 표준을 국제민간항공기구의 100여개 회원국 관계자들 앞에서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이항의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EH216-S. 광저우/이정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