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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명동대성당 자선 음악회를 필두로 국내외에서 잇따라 열린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리사이틀과 다음 달 서울시국악관현악단(지휘 최수열) 리-프로젝트 '장단의 재발견', 7월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와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임윤찬의 듀오 리사이틀까지. 이들 연주회는 공통점이 있다. 2006년생 작곡가 이하느리에게 신작을 위촉했거나 연주곡 편곡을 맡긴 공연이다. '차세대를 이끌 작곡가'로 불리는 그를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2012주5일제 4세 때 음악에 입문한 19세 작곡가
지난해 18세의 나이로 헝가리 버르토크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하느리는 4세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에 입문했다. 작곡에 눈을 뜬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3번 2악장을 들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도 이런 걸 써 보고 싶다는 생각에 중국성적 오선지에 끄적이다 보니 악기 연습을 소홀히 해 부모님이 차라리 작곡을 해 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이듬해인 2016년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



작곡가 이하느리가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홍인기 생활자금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본 이하느리는 톡톡 튀는 19세 청년 그 자체다. 직접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는 한국어와 영어, 일어가 혼재돼 있다. 일본어로 적어 넣은 '서울을 거점으로 하는 이하느리'는 "일본 작곡가들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출생 신고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ibk저축은행 '이하늘'에서 '이하느리'가 된 이름의 영어 철자에는 난데없는 제이(j)를 끼워 넣었다(Hanurij Lee). "동경하는 체코 작곡가 온드레이 아다멕(Ondřej Adámek)이나 슬로베니아 작곡가들이 제이로 끝나는 이름이 있어요. 그게 멋있어 보여서 넣었어요."
곡 제목 선정 과정도 독특하다. 임윤찬이 리사이틀에서 연주한 피아노 독주 별내지구 곡은 '라운드 앤드 벨버티 스무드 블렌드(Round and velvety-smooth blend)'. 우연히 발견한 음료 제품에 붙어 있던 문구에서 따왔다. 그는 "내 작품은 텍스트가 추가됐을 때 매력을 더하는 음악이 아니다"라며 "음악과 제목에 연관성을 두지 않고 작품을 유추할 수 없게 하는 제목을 지으려 하는 편"이라고 했다.

임윤찬과 음악적 이야기 나눠
작곡 철학에 대한 소신은 단호했다. 이하느리는 "특정한 의미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을 작곡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는 "악기 고유의 가능성과 악기 간의 음향적 관계를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간 선보인 작품은 조성 없는 음악이 대부분이다. 막 작업을 마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을 위한 곡 '언셀렉티드 앰비언트 루프스 25-25'는 반복과 흐름을 강조한 음악이다. 16분 길이의 피아노곡이 그간 작곡한 것 중 가장 긴 곡이었는데 첫 국악관현악곡인 이번 작품은 40분에 이른다. 그는 "양악에서도 이제 긴 곡을 쓸 수 있게 되는 발판이 되거나 아니면 망할 수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스위스 출신 작곡가 베아트 푸러와 독일에 거주하는 진은숙의 작품을 좋아했다는 그는 유럽 유학을 염두에 두고 요즘 영어와 독일어를 익히고 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언급한 여러 작곡가들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 작곡가를 나만의 방식으로 탐구하는 게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이하느리를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작곡가 중 한 명"이라고 한 임윤찬과는 2019년 예원학교(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났다. 그는 "1학년 때 2년 선배인 윤찬이 형을 처음 만났다"며 "나는 현대음악에 관심이 많아 고전적 피아니즘을 동경하는 윤찬이 형과 취향이 다르지만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