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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건축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제공, 사진가 김중만 작품


지난 칼 학자금대출 심사기간 럼에서 게재한 바와 17년 전 나의 오랜 친구 남신우와의 서신교환 내용을 이어간다. 아래 내용은 신우의 편지에 대한 나의 첫 번째 공개서한이다.
신우에게,
너의 이 편지를 받고 한참 동안 망설였다. 우선 나에 대한 너의 그 오래된 과분한 평가가 우습기도 하고 마음에 걸렸다. 마치 내가 오랫동안 내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 신용회복위원회 신용등급조회 고 너의 기대와 다르게 행동한 것처럼 보인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을 가지고 네가 투정하듯이, 옛날에 주정하듯이 말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하여튼 이 이야기의 결론은 단순명료하다. 너는 나를 아주 옛날부터 과대평가하고 있었고, 우선 그 설정부터가 잘못됐다. 오늘 너의 편지에 쓰인 모든 내용은 뜨는창업 먼저 너의 그 과대평가에 의해 잘못된 사태 판단에 근거하고 있으니 한마디로 너의 생각들은 많이 잘못돼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또는 말아야 하는가. 그냥 넘겨 버릴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네가 "선택해야 한다"고 제목을 붙여 놓았으니 이건 개인 간의 사신이라기보다는 너의 소신을 세상에 피력한 문서인 것 같아서 그 30만원대출 대답을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편지를 보낸 것도 나 혼자에게가 아니라 순권, 영진 등에 함께 보낸 것으로 보아, 이것을 우리들 친구 사이에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내 대답 또한 여러 사람을 향해 공개돼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사실 그렇긴 그렇다. 우리는 중고등학 정부학자금대출신청기간 교를 같이 다녔을 뿐만 아니라 대학 4년을 같이 다녔고, 같은 건축과에서 같은 설계실을 썼으므로 4년 동안은 거의 함께 붙어 지냈다고 할 만했다.
더구나 너와는 기숙사의 한 방을 몇 년 함께 썼으니 그 기간 우리는 24시간을 붙어 다녔다. 우리는 모든 일을 함께 고민했고, 그래서 기숙사 600명 학생 중 영광스럽게도 우리 방이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방으로 사감에게 찍혀서 24시간 감시와 수시 검열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지금에 와서도 왜 어떤 일에 대해 우리가 견해를 달리하는 것으로 보이는지 이상할 법도 하다. 물론 다른 아이들이 보아도 저것들은 무슨 일에든지 항상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 우리가 몰려다니는 걸 부러워했지.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가?
내가 처음으로 우리의 이 단체랄까, 조직이랄까, 공동체로부터 철저히 외톨이라고 느낀 것은 우리 다섯 명 중 너희 네 명이 모두 미국으로 떠난 직후였다. 나는 그때 미국엔 왜 가느냐며 김수근건축연구소에서 건축 실무를 익히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모두 떠나고 마지막으로 용철이가 공군 장교 4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가던 날, 내가 김포 비행장에 그 녀석을 배웅 나가서 소주 두병을 사서 그 녀석 가방에 넣어주면서 한 말이 있었다.
앞으로 10년 후에 보자. 너희가 미국에서 잘 돼 있고 나만 여기서 빌빌하고 있으면 그땐 너희가 날 좀 데려가 다오. 또 그때 가서 너희가 모두 빌빌하고 내가 여기서 잘 돼 있으면 내가 너희들을 책임지고 서울로 불러오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공항에서 혼자 돌아오면서 사실 좀 두렵고 외로웠다. 한 놈 한 놈 가더니 이젠 정말 나 혼자만 남았구나. 울적할 때 전화 걸어서 술 한 잔 마실 놈도 없구나.
그러고 나서 2년 후에 나는 네덜란드로 갔지. 돌이켜보면 그게 우리들의 생각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나기 시작한 사건의 시발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72년 유신 개헌을 위한 계엄령하에서 나는 여권 말미에 "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출국한다(계엄사령부)"라고 찍힌 붉은 고무도장을 가슴에 품고 너희와는 다른 지구의 반대쪽으로 갔다.
나는 그곳 급우들에게서 가끔 "한국은 미제국주의자의 앞잡이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은 왜 미국에서 원조받는 대가로 패권주의 미국에 군사기지를 내어주고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가를 묻는 것이었다. 평생 반공이데올로기를 교육받은 나에게는 갑자기 대답하기 벅찬 질문이었다.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지구 반대편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점 같은 나라였는데 남북으로 갈라져서 이데올로기 싸움을 일삼는 것이 한심하게 보였을 것이었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너희 남북이 쓸데없이 동서 양 진영의 대리전쟁을 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지적이었다.
나는 그 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에게서 정말로 다양한 사고들을 접하고 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획일적인 사고에 익숙해 있는지를 놀라운 심정으로 돌이켜 보았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여기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이어 그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세상에는 각각 다른 여러 나라가 지구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실감했다. 가는 곳마다 공항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여권에 찍힌 빨간 도장이 무슨 뜻이냐? 너 이상한 놈 아니냐? 내 여권의 거대한 도장은 이상한 취급을 받아 당연했다. 나는 정말로 군바리들이 다스리던 우리나라가 부끄러웠다.
그때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은 서독 수상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Ostpolitik)이었다. 동서독은 1 민족 두 국가라는 현상을 인정하고, 우호 협력, 경제교류, 유엔 동시 가입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72년에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전승 4대국의 베를린 협정, 그리고 20년 후에 독일은 통일됐다. 이제 동서독 장벽이 헐린 지도 20년이 지났다.
그때 동독이 얼마나 못된 짓을 했는지는 인제 와서 잘 알려졌다. 전 국민의 3분의 1이 비밀경찰 슈타지의 끄나풀이었다니.
그런데 서독은 그 동독의 정치범들을 돈으로 사 오면서까지 경제협력을 "퍼부었다". 나는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집안의 형제 중에 망나니가 있으면 달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망나니라고 해서 형제를 죽일 수는 없다고 믿었다. 나는 김대중 정부가 '퍼 준' 돈이 독일의 경제협력에 비하면 소액이라는 주장과 남북통일 후에 수행돼야 할 대북 투자요구액에 비하면 역시 소액이라는 주장에 공감했다.
지금까지 북에 '퍼 준 돈'이 9조원이라는데 김영삼 때 2천억, 김대중 때 2조7천억, 노무현 때 5조7천억, 이명박 들어와 5천억원이란다. 이중 정부 지원이 8조3천억, 민간 부문이 8천억 원이었다.
이건 정말로 이명박의 4대강 예산 22조(플러스알파가 10조원가량)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리고 김영삼 정부 말기에 북한의 '서울 불바다' 협박이 있었을 때 왜 미국이 지미 카터를 특사로 파견해 그 망나니들을 달래어야 했던가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만일 그때 그와 같은 극도의 긴장 상태가 지속됐더라면 그 IMF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회복과 그를 위한 외국인 투자유치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김대중은 박정희로부터 시작해서 전두환, 노태우에 이르기까지 거의 30년 동안 정권 차원에서 자행된 사람 죽이기 수준의 이지메를 홀로 당했지만, 그는 결국 민주주의가 승리하는 것을 스스로 보여줬고, 남북의 화해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는데,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그의 노벨상 수상이 로비성 돈 노름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웨덴 한림원의 심사위원들이 한국 정부의 로비에 놀아나 그 돈을 받아먹고 수상자로 정했다니, 참으로 한심하고 무식한 주장이 아니냐?
오히려 국내의 반대파들이 그 상을 주어선 안 된다는 반대 로비를 벌였다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들린 적이 있다.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를 사형에 처하려 했던 전두환, 노태우를 용서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자기를 죽이려던 자들을 사면할 수 있었을까. 그때 나는 우리나라에 다시는 정치보복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그의 말을 믿었다.
김대중은 안 된다고 그냥 한 마디로 마구 말해서는 안 된다. 나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한 가지만 해 줄게. 동강댐 건설 문제로 환경부와 건설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였다. 김명자라는 여성 장관이 환경부를 대표하여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이 문제를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에게 내려보내 조정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조정이 안 되면 세계적인 권위기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하라고 했다.
총리실은 미국의 벡텔 회사에 의뢰하려 했는데 용역비 2억5천만원에, 용역 기간 2년 반이라는 견적이 나왔다.
그때 대통령이 다시 국내 최고 권위자들을 모아보라고 해서 생긴 게 '동강댐 민관합동조사단'이었다.
우리가 당시 총리실에 내걸었던 조건은 민관을 동수로 조사단을 구성할 것, 조사단의 결론이 최종적일 것, 조사단의 활동에 있어 예상과 시간에 구애받지 말 것 등 세 가지였다.
그게 다 받아들여져서 공정한 평가가 내려질 수 있었고 그 결론에 따라 다음 해 대통령이 동강댐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나는 그때 그가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주적이고 합리적이었다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꼭 네가 북한 인권 이야길 많이 해서는 아니지만 나도 한번은 북한 어린이를 돕는 일에 관여를 한 적이 있다. 평양에 어린이 병원을 지어주는 일이었다. 내가 평양으로 떠나기 전날 저녁에 우리 고등학교 동창들이 다른 일로 모였었다.
나더러 평양에 왜 가느냐길래 어린이 병원을 지어주는 일 때문이라 했더니, 북한을 도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한 놈들은 다 죽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을 다스리는 놈들이 정말 나쁜 놈들이지만 어린이들은 불쌍하지 않냐고 내가 그랬더니, 이구동성으로 북한 놈들은 어린애들까지도 다 죽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지금도 그런 살벌한 분위기는 이해를 못 하겠다. 나는 병원만 아니라 두유 공장까지 지어주기를 잘했다고 지금도 철석같이 믿고 있다. 두유 공장은 우유를 먹으면 설사해버리는 영양실조 어린이들 5만명을 매일 배불리 먹이고 있다. 그게 당 간부 아이들만이래도 할 수는 없다.
나는 다만 평양 시내 눈에 확 띄는 언덕에 병원이 서고, 그 현관에 남한의 기부자 명단이 동판으로 박혀있고, 두유 공장에는 모든 기계가 남한의 제작소 이름들을 달고 돌아가는 광경만으로도 좋았다. (계속)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더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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